사진 재료
사진을 촬영하거나 인화, 프레젠테이션 하는 재료에 따라 다른 의미가 생깁니다. 감광 재료 혹은 감광 장치 사진을 찍을 때 필름을 사용하면 좀 더 신중히 바라보고 촬영하게 되지만, 디지털은 찍고 지우는 것이 쉬우므로 좀 더 빨리 찍게 되며, 따라서 화면이 보다 파편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또 감광할 때 컬러(색이 의미에 영향을 많이 줌), 흑백( 디테일이 잘 보임), 고감도(입자가 거침), 저감도(입자가 고움), 적외선 필름과 같은 특수 감광재 등의 선택에 따라 다른 의미가 만들어집니다. 인화지의 색, 광택, 명암, 질감의 정도를 선택하는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을 주게 됩니다. 오늘날은 잉크젯 종이를 많이 사용하는데, 종이의 질감이나 두께, 색, 톤 등에 따라 다른 의미가 만들어집니다. 또 종이 외에도 천, 돌, 금속, 비닐 등 다양한 지지체에 인화가 가능한데, 어느 지지체에 인화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사진이 됩니다. 사진을 넣는 액자도 중요한 언어가 됩니다. 예를 들어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같은 사진가는 동성애자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동성애자를 뜻하는 단어 gay에 알록달록한, 화려한 등의 뜻이 있고 보라색이 동성애자를 뜻하는 색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자신의 액자를 반짝거리는 빨강과 보라색으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그 액자만 보더라도 동성애의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을 보여 주는 최종 형식도 언어가 됩니다. 서로 다른 사진을 두 장 혹은 석 장을 붙일 경우 원본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구본창은 바닷물이 들고 나는 사진을 양쪽으로 붙여 데칼코마니와 같은 형태로 사진을 만들어 바다와 어머니의 자궁을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사회적 맥락, 문화적 배경
사회적 맥락이란 사진이 존재하는 사회적 위치를 말하는 것으로, 같은 사진이라고 해도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어떤 미디어에 의해 보이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인물사진이라도 주민등록증에 실리면 신분을 증명하는 의미로, 개인 앨범에 붙이면 개인의 한 때를 기억하는 기념사진으로, 신문에 실리면 기사의 일부로, 광고에 사용되면 제품을 구매하라는 제안으로, 경찰서 벽면에 붙여졌다면 현상수배자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진 자체로만 의미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 놓인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가 덧붙여집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사진가 토마스 루프는 독일인의 얼굴을 증명사진처럼 찍어 크게 확대하여 전시했는데, 이 사진은 더 이상 그 인물을 보여 주고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이미지 언어의 성격상 각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즉, 이미지 언어는 처음에는 촬영된 대상을 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만 그 밑으로 내려갈수록 의미를 해석하기가 쉽지 않아 지는데, 이는 문화적 의미가 담기기 때문입니다. 이 의미는 문화적 배경이 같을 때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가령 말을 탄다는 것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몽골에서 말을 타는 것은 생활 자체이지만, 영국에서는 고급 취향으로, 아름다운 전원에서 승마를 즐기는 것은 귀족과 상류계급의 전형적 습관이었으며, 지금도 승마는 주로 상류계급의 스포츠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말 사진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읽게 됩니다. 즉, 몽골인은 말을 보며 일상의 친숙한 존재로 느끼지만, 영국인은 상류층의 고급문화로 느끼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진에 대한 이해는 문화적 이해가 수반될 때 더욱 깊이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요소
사진이 아무리 실물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해도 보는 사람의 개인적 경험, 기억, 취향 등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개의 사진을 보고도 느끼는 감정이 다릅니다. 낮잠을 자는 개의 사진을 보며 어떤 사람은 한가로움을 느끼지만, 개에게 물린 적이 있는 사람은 언제 깨어나 물지 모른다는 공포가 느껴질 것입니다. 또 엄마의 사진은 남에게는 그저 한 아주머니의 사진일 뿐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지만 자신에게는 소중한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사진이라도 나에게 주는 의미와 타인에게 주는 의미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개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사진은 다르게 읽힙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진의 의미를 만드는 8가지 요소는 서로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다라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를 구성해 냅니다. 각 요소가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동일하게 읽히는 것이 아니라, 조합되는 방식에 따라 여러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의미의 층은 여럿이며, 각 층을 이해하는 것은 이미지에 대한 이해와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의 요소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사진의 의미 읽기는 글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진을 보며 의미를 이해하려는 꾸준한 노력에 의해 익혀집니다. 사진은 그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매체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잘 익혀서 사진가들이 보여 주는 세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