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의 정의와 표현 방법
오랜 시간에 걸쳐 발명되고, 급속히 전파된 사진은 이제 우리 곁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진이 어떻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사진을 정의하고 그 표현 방법을 살펴봅시다. 사진은 프레이밍(framing)입니다. 즉, 옆의 그림에 있는 것과 같은 네모난 창으로, 펼쳐진 세상의 시공간을 잘라 내는 것입니다. 이 창은 카메라의 프레임 즉 카메라의 뷰파인더이자 감광면(필름 면)입니다. 우리는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고, 파인더에 맞게 잘라 내는 것입니다. 이 잘라내는 과정을 프레이밍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잘라 낼 때 시간과 공간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잘라내는 가는 카메라를 잡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즉, 내가 눈으로 보고(시선), 잘라 내고 싶은 대로 잘라 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수업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수업 분위기가 좋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생각해 봅시다. 분명 열심히 듣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을 것입니다. 반대로 수업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어떨지 생각해 봅시다. 졸고 있는 사람을 찍거나, 한 학생이 잠시 딴 데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을 찍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실입니까? 물론 둘 다 일 것입니다. 어떤 것도 '사실이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 자리에서 느낀 바에 충실하여 찍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사진은 사실을 말하되, 부분적인 진실, 단편적인 사실을 말해 줍니다. 그래서 '사진은 사실이다'라고 하지 않고, '사진은 사실적이다'라고 말합니다. 또 사진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 감정과 의도에 따라 잘라 내기 때문에 사진은 실제를 보여 주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실제를 바라보고 프레이밍하는 사람 즉 사진가의 판단과 선택, 관점, 의도를 보여 주는 것이 됩니다.
사진 표현의 특성과 과정
사진으로 무엇인가를 찍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어떤 과정을 통해 찍히겠습니까? 사람들은 대개 사진이 시각예술 혹은 시각매체이기 때문에 '본다'는 감각에서 모든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바로 이 마지막 차원, 인식의 단계에서 찍힙니다. 즉, 종이컵을 그냥 찍는 것이 아니라, 종이컵을 통해 환경오염, 편리함, 개인적 기억 등과 같은 것을 떠올리고, 그것을 사진적 방법의 선택을 통해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과정에서 사진에 의미가 담깁니다. 의미가 담긴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보 고 사람마다 다른 관점을 가지고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이며, 그러한 해석과 관점이 사진에 담긴다는 것입니다. 종이컵의 예를 들어 보면 이렇습니다. 만약 종이컵을 통해 '환경오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지저분한 종이컵이 잔뜩 쌓여 있는 쓰레기통을 찍을 것입니다. 또 오래 전 사랑하는 사람과 마셨던 자판기 커피 한 잔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좀 더 디자인이 좋은 종이컵 에 커피를 따르고,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종이컵 을 놓고 촬영할 것입니다. 거기에 화사한 커튼을 치고 예쁜 천을 깔아 놓는다면 분위기가 더 잘 살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카메라도 좋은 효과를 내도록 장착할 것입니다. 이 모든 선택의 과정은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행하는 것이며, 내가 말하려는 것을 다른 사람도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래서 사진은 똑같은 대상을 찍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찍게 되는 것이고, 바로 여기에 창조성이 존재합니다. 즉, 사진의 창조성과 표현성은 단지 감각적으로 창조적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해석의 창조성입니다. 누가 더 깊은, 좋은, 재미있는, 독창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작품을 통해 보는 사진의 표현
그런 점에서 사진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좋은 사진을 찍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창조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술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진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깊은 인식과 이해를 가질 수 있고, 경험이 많은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독특한 관점도 가질 수 있 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진을 찍어 보여 준다고 할 때 그것은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소통이란 발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내가 사진을 보여 준다는 것은 어떤 대상을 보고, 해석하고, 사진으로 찍고, 소통의 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면서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사진은 세상을 보는 눈입니다. 사진의 매력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 주고, 새로운 인식을 주는 것이며, 이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사진의 창조성이 해석의 창조성이라고 할 때, 사진에는 찍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과 관점이 담긴다는 것을 사진으로 확인해 봅시다. 사진의 구성요소는 촬영 대상(소재), 작가의 해석(주제, 관점), 시각적 형식입니다. 이 세 요소가 결합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사진가는 각 요소의 조합을 고려하여 선택합니다. 이들 요소가 잘 어우러지고 서로에 대해 잘 전달해 줄때 좋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요소가 고정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같은 대상이라도 다른 형식과 해석을 담기도 하고, 다른 대상이라도 같은 형식과 해석을 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