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화와 시각환경에서는 문자언어로 의사소통 하는 것이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에 영상 이미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여러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사진으로 보여 줌으로써 한눈에 알려 줄 수 있고, 훨씬 강력한 인상을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가 어제 어디에 있는 맛집에 가서 너무너무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말로 하는 것보다는 사진 한 장으로 보여 주는 것이 훨씬 쉽고 편리합니다. 문자언어로 되어 있는 책을 구입할 때조차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책의 표지를 보고 고르게 됩니다. 그만큼 이미지의 영향력이 커졌고, 사진이 의사소통을 하는 데 기본 언어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지 언어는 그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이미지 언어가 매우 쉬운 만국공용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표면적인 의미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미지 언어가 매우 쉽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문자언어/음성언어는 한 사회에서 의미와 기호가 약속으로 맺어져 있습니다. 즉, '컵'이라는 글자는 '액체를 담는 용기'라는 약속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약속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미 전달이 비교적 정확하게 이루어집니다. 반면에 이미지 언어는 눈으로 실물을 보기 때문에 첫눈에 무엇인지 알 수는 있지만 그 아래에 있는 의미의 층은 정확하게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화재 현장의 사진으로 예를 들면, 사진만으로는 그 화재 현장이 어디인지, 어떻게 화재가 났는지, 어떤 규모인지 등의 정확한 정보는 알기 어렵습니다. 종이컵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에게 종이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판기 커피일 것입니다. 그런데 종이컵을 사진으로 보여 주면 전 세계인이 종이컵이라는 정보는 알지만 동시에 자판기 커피를 떠올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자판기 커피와 그 맛은 참으로 한국적인 문화이자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 사물과 관련한 문화적 배경을 모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렇게 사진이나 이미 지는 첫눈에 보고 알 수 있는 정보 아래에 여러 층의 의미가 있고, 그것은 사회적, 문화적, 시대적인 배경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면밀하게, 좀 더 찬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의 의미를 읽어야 하는 이유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진을 볼 때 어떻게 보겠습니까? 사진을 찍은 사람이 전달하는 의미를 읽어 내기 위해 꼼꼼히 분석적으로 보겠습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대개는 사진을 볼 때 한눈에 쓱 보고 '아, 느낌이 좋아!'라고 말하는 정도일 것입니다.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미지를 보고 하나하나 의미를 읽기보다는 한눈에 보고 무의식 속으로 그 의미를 저장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우리에게 이미지의 의미를 모르고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매체 등에서 보이는 이미지의 의미를 비판의식 없이 수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TV나 잡지에서 보게 되는 수많은 마른 몸은 우리에게 마른 몸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끊임없이 '아, 살찌면 안 되는데.....'를 되뇌게 됩니다. 하지만 정말 마른 몸이 아름다운지, 어느 정도 마른 몸이 아름 다운지 생각해 보았습니까? 우리가 이미지를 볼 때 그것이 이미지일 뿐이며, 그러 한 이미지에는 일정한 의도가 들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면 우리가 보는 모든 이미지를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이미지가 중요해지는 앞으로의 문화환경에 사진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삼아 중요한 소통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진의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읽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노력의 일환으로 사진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요소가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진의 의미 요소
사진의 의미를 만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서 설명하는 하나의 요소가 한 가지 의미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요소가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사진의 의미는 대상을 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사진을 잘 찍는다 해도 내가 말하려는 것에 적절한 대상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이 그 의미를 읽어 내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대상을 찾는 것을 캐스팅(casting)이라고 하며, 적절한 캐스팅은 의미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한편 이 대상성 때문에 사진은 대상 자체가 찍힌 '사실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진이 대상에서 시작한다고 해서 그 대상을 직접 찍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대상이 반사하는 빛을 찍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공간과 시간, 빛이 만들어 내는 특정한 순간을 잡아 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사진의 독특한 차원을 만들어 냅니다. 즉, 사진은 존재의 증명이자 부재의 증명으로, 그때 거기에 있었지만 동시에 지금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진가는 사진을 죽음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사진에 찍힌 모든 것은 이미 죽은 것이며, 사진 이미지의 본질은 그 죽음에 있다는 것입니다.